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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5 : 시1 -비, 그늘, 데자부 (201128)카테고리 없음 2020. 11. 28. 18:17
01 비 내 어메는 파릇한 등으로 꾸물꾸물 망설였다 점점 더 퍼런 공기가 시끌시끌 요란하게 자꾸 나에게 느이 어메 좀 보오라 했다 육층 창문 너머의 고래들은 떠올라 지느머리 끊어져 가라앉는 상어들을 비웃고 내 어메는 상어들에게 물을 주더라 어메, 거거, 괜찮나 어메 내 뭐 쫌 도우까 어메, 어메, 어메 어메는 심해의 상어만 보면 더 이상 화가 안 난다고 했다 어메의 낙타같은 등에는 고래의 언어가 움푹 담기고 어메는 고래를 얹고 상어들에게 눈물을 뿌린다 느이 어메가 사람이 정이 깊고 눈물이 잦어 어메와 고래의 파릇한 등이 꾸물꾸물 막 섞인다 어메의 꿈이 어메의 언어로 내린다 누구도 듣지 못했다 어메는 고래와 상어와 낙타와 나를 앉히고 밥을 짓는다 어메, 나도 도우께 퍼뜩 일어나려 하는데 고래와 상어와 낙타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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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4 : 안정을 찾는 과정-1 (200919)카테고리 없음 2020. 9. 19. 15:11
1. 아주 쉽게 타인에게 내가 힘든 이야기를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대는 편이다. 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안 하지만(같이 멘탈 나가리 될까봐)숨기는 것이 없기도 하고 그들의 생각이나 이해가 필요할 때도 있다. 다른 사람들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고 외치고 싶은 기분이 들 때마다 찾아가는 넓은 구멍이 있을 것 아닌가. 그러니까 정신과 상담사도 세상에 존재하는 것일 테고. 말의 힘이라는 것이 그렇다. 내뱉고 나면 괜찮아지거나, 괜찮아 질 것 같은 기분이라도 든다. 그들의 넓은 구멍은 누구일까. 어디일까. 아니면 마음이 뭉개져 슬플 때, 그저 참아낼까?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럴까? 2. 일기를 공유하고 싶은 것이 아닌데. 꺼내지는 이야기들은 다 내 속 이야기다. 03번 레몬과 레모네이드를 올린 후 마냥 속 시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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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3 : 레몬과 레모네이드 (200913)카테고리 없음 2020. 9. 13. 01:34
일이 너무 고되어서 울고 싶었다. 울었다고 쓰지 못한 것은 눈물 흘릴 틈도 없었으므로. 최근에는 거의 밤 여덟 시에서 아홉 시에 퇴근했다. 지겹다. 그런데도 내 월급은 고작 최저 시급이다. 이전 회사 연봉이 낮아서 이만큼 받으면 많이 받는 줄 알았는데 주변 이야기 들어보니까 내 월급은 우습기만 하더라. 그런데 내 직종이 취직은 잘 되는데 연봉 높이기가 어렵댄다. 더 나은 삶, 더 나은 연봉에 등허리 쫙 펴고 당당하게 걷는 삶을 살아가고 싶었다. 그러려면 내가 어떻게 일을 해왔고 어떤 사람인지 확인해야 하고 설득해야 한다. 그리고 나는 무언가에 정의 내리기 어려워한다. 단단하고 굳은 믿음을 품은 채 상대에게 부드러운 말과 태도와 눈빛을 보내지 못한다. 설득을 정말 못한다. 누군가를 설득하는 것이 어렵다. 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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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2 : 화와 정 (200908)카테고리 없음 2020. 9. 8. 22:31
화가 철철 끓었던 적이 있다. 조금만 마음이 풀어지면 주변 사람들에게 화를 냈다. 내가 나를 제대로 받아주지 않았던 시기였다. 내가 느끼는 감정들의 무게에 짓눌릴까 봐 피해 다녔다. 아, 이런 생각 하면 안 돼. 늘 나를 억누르다가 잠깐의 틈이 생기면 확 돌았다. 억누르다가 안 되면 딴소리를 했다. 아 내가 더 잘 되려고 이러나 봐. 나 나중에 테드 나갈 건데 그때 이걸 얼마나 잘 이겨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하면 되겠다! 그리고 그 시기에 퇴사했다. 퇴사해서 다행이었다. 퇴사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여전히 속에서 끓는 화를 겨우겨우 붙잡으면서 온전히 그것에만 매달려 있었을 거다. 아니, 생각해보면 그 시기에 나는 할 수 있는 게 없었으므로 어찌 되었든 퇴사는 했을 거다. 상처를 제대로 돌보지 않으니 나아질 리.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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01 : 글 (200905)카테고리 없음 2020. 9. 6. 00:09
문장의 간결함이 오랫동안 애틋했다. 그럼에도 쓰고자 하는 마음은 자주 잊힌다. 글짓기를 잘하는 어른이 되고 싶었다. 어느 날 문득, 글이 나를 너무 많이 표현한다고 느껴졌다. 내가 썼으니 당연한 이야기지만, 내 생각이 너무 떡하니 드러나 있었다. 이게 훗날 나의 발목을 잡을까 걱정되었다. 나는 쉽게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난 내가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사실이 싫었다. 나는 나를 별로 인정해주지 않으면서도 타인의 의견에 귀 기울이는 사람이다. 내가 하는 것들을 내가 별로라고 느꼈다. 글이 나라는 사람을 모두 드러내어 나를 괴롭힐 거라고 두려워했다. 그런 것들이 엉망으로 고스란히 남은 것을 남들이 예쁘게 봐줄 리가 없었다. 이 글을 쓰는 나는 아직도 내가 무언가를 쓰는 게 맞는지 의문이다. 초등학생..